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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 School·公開 2026.05.27·閲覧 8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가격은 비용+마진이 아니라 가치-대안이다. 비용·시장·가치 3가지 방법, 한국 SaaS 가격대의 현실, 1인 사업자에게 합리적인 가격 실험 4단계 워크북.

가격은 비용 + 마진이 아니라, 가치 - 대안이다.

9,900원에 안 사던 사람은 19,000원에도 안 산다

박서연 씨가 1년 전에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9,900원이 적당한 거 같아서 그냥 정했어요. 부담 없잖아요." 그때 제가 답을 못 했습니다. 부담 없는 가격이 왜 나쁜지를 한 줄로 설명할 수가 없었거든요.

8개월이 지나서 박서연 씨가 가격을 19,000원으로 올렸습니다. 두 배에 가까운 인상이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유료 고객 수는 거의 그대로였고, 매출은 정확히 두 배가 됐습니다. 12명에서 11명으로 1명 줄었지만, 매출은 119,000원에서 209,000원이 됐죠.

여기서 박서연 씨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9,900원에 안 사던 사람은 19,000원에도 안 산다는 것. 가격이 매출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가격이 누가 사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어요.

가격은 비용 + 마진이 아니다

1인 사업자가 가격을 정할 때 가장 흔한 방식은 이렇습니다. 서버비 월 5만 원, 도메인 1만 원, 내 시간 시급 환산 30만 원. 합쳐서 36만 원. 고객 100명 받으면 1인당 3,600원. 마진 30% 붙이면 4,680원. 반올림해서 5,000원.

이렇게 가격을 정하면 두 가지가 무너집니다.

첫째, 비용은 1인 사업자에게 의미가 없어요. 시즌1에서 배웠듯 1인 SaaS의 한계비용은 거의 0입니다. 사용자 1명을 받든 100명을 받든 서버비는 별 차이가 없죠. 비용을 분모에 깔고 가격을 산출하는 순간, 본인 가격이 본인 비용 구조에 갇힙니다.

둘째, 고객은 본인 비용에 관심이 없어요. 고객이 5,000원을 낼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이 도구를 쓰면 내가 한 달에 얼마나 시간을 아끼지" 또는 "지금 쓰는 비슷한 게 얼마지" 둘 중 하나입니다. 본인이 서버비로 얼마를 쓰는지는 고객 머릿속에 1초도 머물지 않아요.

가격의 진짜 공식은 이렇습니다.

가격 = 고객이 느끼는 가치 - 대안의 가격

가치는 "이 도구로 한 달에 시간 5시간을 아낀다, 시간당 3만 원으로 치면 15만 원짜리 가치"라는 식의 환산이에요. 대안은 "이 일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 또는 "비슷한 도구가 얼마인가"입니다. 둘의 차이가 가격의 천장이고, 그 천장 안에서 본인이 어디에 위치할지를 정하는 게 가격 책정이죠.

박서연 씨가 9,900원에서 19,000원으로 올린 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 도구의 가치가 실은 19,000원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에요. 마케팅 콘텐츠 캘린더를 손으로 짜던 사람이 자동화로 주 2시간을 아낍니다. 시급 3만 원으로 치면 월 24만 원짜리 가치예요. 19,000원은 그 가치의 8% 수준이고, 여전히 헐값이었던 겁니다.

3가지 가격 책정 방법

가격을 정하는 방법은 크게 셋입니다.

비용 기반. 서버비·인건비 등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 제조업·유통업처럼 변동비가 큰 업종에서 의미가 있죠. 1인 SaaS에서는 거의 무의미합니다. 한계비용이 0에 가깝기 때문에 마진을 백분율로 환산하는 순간 가격이 의미 없이 낮아져요.

시장 기반. 경쟁사가 얼마를 받는지 보고 비슷하게 정하는 방식. "노션이 14,000원이니까 우리도 비슷하게"라는 식이에요. 이건 빠르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쟁사가 본인보다 훨씬 큰 회사라면 가격 전쟁에서 무조건 집니다. 노션은 사용자 1억 명을 두고 14,000원을 받지만, 1인 사업자는 사용자 100명을 두고 같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면 비즈니스가 안 돌아가요.

가치 기반. 고객이 이 제품으로 무엇을 얻는지를 환산해 가격을 정하는 방식. 가장 어렵지만 1인 사업자에게 유일하게 합리적인 길입니다. 1인 사업자는 작은 시장에서 깊은 가치를 주고, 그 가치에 합당한 가격을 받아야 살 수 있어요. 시장 평균에 따라가면 평균 이상 못 가고, 비용에 따라가면 평균 이하가 됩니다.

이준호 씨의 AI 프롬프트 관리 도구를 예로 들어볼게요. 비용 기반으로 정하면 월 3,000원 정도가 나옵니다. 시장 기반으로 정하면 비슷한 외국 도구가 월 $10이니까 13,000원 정도. 가치 기반으로 정하면 어떨까요. 백엔드 개발자가 프롬프트 관리에 쓰는 시간이 주 3시간, 이걸 1시간으로 줄여줍니다. 시급 5만 원짜리 개발자에게 월 40만 원짜리 시간 절약이에요. 그 가치의 10%만 받아도 4만 원입니다.

이준호 씨는 처음에 시장 기반으로 13,000원을 받았어요. 한 달에 35명이 결제했죠. 매출 45만 원. 그러다 가치 기반으로 다시 계산해서 39,000원으로 올렸습니다. 1년 결제 옵션은 월 환산 29,000원.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제자가 35명에서 23명으로 줄었지만, 매출은 45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어요.

여기서 핵심은 가격을 올리면 사람은 줄지만 매출은 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에요. 1인 사업자에게 사람이 줄어드는 건 손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지한 고객만 남기 때문에 CS 부담이 줄고, 환불·이탈도 줄어요. 사용자 100명을 받고 매일 5건의 CS를 처리하는 것보다, 사용자 50명을 받고 1건의 CS를 처리하는 게 1인 사업자에게는 훨씬 살 만한 길입니다.

"비싸다"와 "싸다"의 진짜 의미

고객이 "비싸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의미는 절대 가격이 아니에요. 19,000원이 비싼 게 아니라, 본인이 받을 가치 대비 비싸다고 느끼는 거죠.

여기서 두 가지 케이스가 갈립니다.

첫째, 가치는 충분히 큰데 가치가 잘 전달이 안 된 경우. "이 도구가 뭘 해주는 건지 모르겠어요"의 다른 표현이 "비싸요"인 거예요. 이 경우 답은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가치를 더 명확히 보여주는 겁니다. 다음에 다룰 CTA, 그리고 콘텐츠 마케팅이 가격이 아니라 가치 전달의 영역이에요.

둘째, 그 사람이 진짜 본인 고객이 아닌 경우. 19,000원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9,900원에도 부담스러워요. 가격을 깎아서 그 사람을 데려오면, 그 사람은 진짜 고객이 아니라 체험판 사용자가 됩니다. 결제는 했지만 활용을 안 하고, 한 달 뒤 환불 요청을 하죠. 1인 사업자가 가장 피해야 할 고객 유형이에요.

반대로 "싸다"는 말도 위험합니다. 한국 SaaS 시장에서 월 9,900원·14,900원·19,800원이 가장 흔한 가격대인데, 이 가격대에 본인 도구를 두면 고객은 본인 도구를 잡지 같은 가벼운 소비재로 분류해요. 한 달 쓰다가 안 쓰면 해지. 가치가 아니라 호기심으로 결제하고, 호기심이 사라지면 떠납니다.

박서연 씨가 19,000원에서 만족하지 않고 한 번 더 실험을 했어요. 6개월 뒤에 39,000원으로 올렸습니다. 이번엔 사람이 11명에서 7명으로 줄었어요. 매출은 209,000원에서 273,000원으로 늘었지만, 박서연 씨는 이걸 실패라고 봤어요. 왜냐하면 7명 중 5명이 진짜 가치를 못 받고 환불을 요청했거든요. 39,000원은 박서연 씨의 도구가 줄 수 있는 가치를 넘어선 가격이었습니다.

박서연 씨가 결국 정착한 가격은 24,800원입니다. 19,000원과 39,000원 사이의 어딘가, 가치의 천장 안쪽에 있는 가격이에요. 이 가격에서 박서연 씨의 매출은 안정적으로 월 7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가격은 한 번에 정하는 게 아니라 실험하는 것

"그래서 처음부터 얼마로 정하면 돼요?" 이게 1인 사업자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에요. 답은 좀 허무합니다. 처음 가격은 어차피 틀려요. 어떻게 정하든 6개월 안에 한 번은 바뀝니다.

대신 가격을 어떻게 실험할지가 중요해요. 가격 실험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A/B 동시 실험. 신규 가입자의 절반은 9,900원 페이지로, 절반은 19,000원 페이지로 보내는 거예요. 결제율과 결제 후 1개월 리텐션을 비교합니다. 통계적으로 가장 정확하지만, 1인 사업자에게는 실행 부담이 커요. 가입자 수가 적으면 통계가 안 나오고, 결제 시스템에서 두 가격을 동시 운영하는 것도 복잡합니다.

시점별 실험. 1개월 단위로 가격을 바꿔가며 결과를 보는 방식. 이게 1인 사업자에게 현실적이에요. 1월에 9,900원, 2월에 14,900원, 3월에 19,000원, 4월에 다시 14,900원으로 돌아가는 식이죠. 단점은 외부 요인(시즌·마케팅 변화)이 섞여서 순수한 가격 효과가 안 보일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1인 사업자에게는 통계의 정확성보다 의사결정의 빠름이 더 중요합니다.

가격 실험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셋 있어요.

  1. 변화량은 최소 30% 이상으로 잡습니다. 9,900원에서 11,900원으로 20% 올려봐야 의미 있는 변화가 안 보여요. 9,900원에서 14,900원, 또는 19,000원으로 50%·100% 단위로 움직여야 결제율이 의미 있게 변합니다.
  2. 기존 고객의 가격은 한동안 유지합니다. 가격을 올리면서 기존 고객도 같이 올려버리면 이탈이 폭발해요. "기존 고객은 평생 현재 가격, 신규 고객만 새 가격"이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입니다. 노션·디스콰이엇 모두 이 방식을 써왔어요.
  3. 한 번에 한 가지만 바꿉니다. 가격을 올리면서 기능도 추가하고 페이지도 새로 디자인하면, 결제율이 변해도 뭐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요. 가격만 바꾸고 4주 관찰. 그 다음에 다른 변수.

한국 SaaS 가격대의 현실

한국 SaaS 시장의 가격은 외국보다 50~70% 수준이에요. 노션의 플러스 플랜이 외국에서는 월 $10(약 13,800원, 연간 결제 기준)인데 한국에서는 14,000원(연간 결제 시), 월간 결제는 16,800원입니다. 같은 회사인데도 한국 가격이 살짝 더 비싸요. 외국 통화 환산의 마진이 들어간 결과죠.

문제는 1인 사업자의 가격 인식이 외국 SaaS가 아니라 한국 SaaS의 평균에 묶여 있다는 거예요. 박서연 씨가 처음 9,900원을 정한 이유도 "한국 SaaS는 만 원이 부담 없는 가격"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만 원짜리 SaaS는 사용자 수가 만 명 이상 나와야 비즈니스가 돌아갑니다. 1인 사업자가 사용자 만 명을 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1인 사업자의 가격은 한국 SaaS 평균의 1.5~3배가 합리적입니다. 사용자 수가 적은 만큼 1인당 단가가 높아야 비즈니스가 유지되거든요. 19,000원·29,000원·39,000원이 1인 사업자의 현실적인 가격대고, B2B 도구라면 49,000원·99,000원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준호 씨가 39,000원으로 올린 게 가능했던 이유도 이거예요. 백엔드 개발자라는 좁은 시장, 그 안에서 깊은 문제를 푸는 도구. 1인 사업자가 이길 수 있는 자리는 평균 가격대가 아니라 평균 위의 자리입니다.

가격 실험 워크북 4단계

본인 제품의 가격을 다시 보는 4단계 워크북입니다.

1단계. 가치 환산

본인 제품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시간 또는 돈으로 환산합니다.

항목측정
절약하는 시간월 N시간
시급 환산N시간 × 시급
대체할 수 있는 도구월 N원
합계 가치월 N원

2단계. 대안의 가격

대안가격
비슷한 도구 1월 N원
비슷한 도구 2월 N원
손으로 한다월 N시간
안 한다월 0원 (기회비용)

3단계. 가격 후보 3개

가치의 5%·10%·20%를 가격 후보로 잡습니다.

후보계산검토
보수적가치 × 5%결제율 높음
중간가치 × 10%매출 최대화
공격적가치 × 20%진지한 고객만

4단계. 한국 SaaS 가격 비교표 (2026년 5월)

도구월간 결제연 결제 환산시장
노션 플러스16,800원14,000원일반
노션 비즈니스36,000원30,000원
디스콰이엇 후원변동변동메이커
한국 1인 SaaS 평균9,900원~14,900원8,900원~12,900원너무 낮음
본인 후보 가격???

비교표에서 본인 가격이 한국 1인 SaaS 평균에 묶여 있다면, 그 자리에서 한 칸 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19,000원·29,000원이 그 위 칸이에요.

다음 편에서

가격을 정한 다음에 남는 질문은 이거예요. "이 가격을 어떻게 사람이 클릭하게 만들 것인가." 다음 편은 CTA, 즉 사용자가 결제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한 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격이 매출의 절반이라면, CTA가 나머지 절반이에요.


이전 편: 첫 1명의 유료 고객이 모든 것이다
다음 편: CTA, 어떻게 사게 만들까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박서연 씨, 이준호 씨)에 대한 안내
본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은 페일스쿨이 만든 가상의 페르소나입니다. 단, 토스페이먼츠·노션·디스콰이엇 등 회사 사례와 통계는 모두 실제입니다.


김민철, 프리아이브 CEO, 페일스쿨

#페일스쿨#시즌3#가격책정#가치기반#SaaS가격#1인사업자#가격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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