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축의금 정리다. 양가 부모님이 각각 받은 봉투를 모으고, 누가 얼마를 보냈는지 엑셀에 기록하고, 총액을 합산한다. 모바일 청첩장으로 계좌이체를 받았다면 은행 앱을 열어 거래 내역을 하나하나 대조한다. 이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결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축의금 봉투를 정리하는 신혼부부
축의금 관리의 현실 — 여전히 엑셀과 수기
모바일 청첩장의 95% 이상에 계좌번호가 포함된다. 신랑·신부 본인 계좌에 양가 혼주 계좌까지 4~6개가 기본이다. 토스 간편송금 버튼까지 달리는 시대다. 그런데 정작 받은 축의금을 정리하는 기능은 어디에도 없다.
이 상황이 기묘한 이유는 기술적 난이도 때문이 아니다. 축의금 관리 기능은 본질적으로 CRUD(생성·읽기·수정·삭제)와 집계, 엑셀 파싱 정도면 구현된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2주면 MVP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왜 없는가?
답은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존 서비스들이 청첩장을 "예쁜 초대장"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초대장의 역할은 결혼식 전에 끝난다. 결혼식 이후에 필요한 기능까지 고려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현재 방식 | 문제점 | 발생 빈도 |
|---|---|---|
엑셀 수기 입력 | 시간 소요, 오타 가능성 | 매우 높음 |
은행 앱 거래내역 대조 | 계좌별 개별 확인, 양가 합산 불가 | 높음 |
현금 봉투 수기 기록 | 분실 위험, 글씨 판독 어려움 | 보통 |
카카오톡 메시지 검색 | 송금 알림과 축의금 구분 어려움 | 보통 |
이 기능을 설계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실제 결혼 후기 커뮤니티의 글이다. "축의금 정리하는 데 이틀 걸렸다", "양가 합산하다가 숫자가 안 맞아서 처음부터 다시 했다", "모바일로 받은 건 누가 보냈는지 이름이 다르게 찍혀서 확인이 어려웠다" — 이런 이야기가 수십 개씩 올라온다. 페인포인트가 이렇게 명확한데 아무도 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회였다.
프리아이브의 축의금 관리 기능 설계
우리가 설계한 축의금 관리 기능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양가 별도 정산. 한국 결혼 문화에서 축의금은 신랑측과 신부측이 별도로 관리한다. 혼주 계좌로 들어온 금액과 본인 계좌로 들어온 금액을 각각 집계하고, 양가별 총액과 전체 총액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시보드 상단에 양가 탭을 두고, 각 탭에서 해당 측의 상세 내역을 확인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둘째, 다중 입력 방식 지원. 축의금은 현금과 계좌이체가 혼재된다. 현금은 수기 입력이 불가피하지만, 계좌이체 내역은 자동화할 여지가 있다. 우리가 구상하는 입력 방식은 세 가지다.
수기 입력 — 이름, 금액, 관계(신랑측/신부측), 메모를 직접 입력
엑셀 업로드 — 기존에 정리해둔 엑셀 파일을 업로드하면 자동 파싱
은행 거래내역 CSV — 은행 앱에서 내보낸 거래내역 파일을 업로드
셋째, 실시간 현황 대시보드. 총 축의금 금액, 양가별 금액, 건수, 평균 금액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대시보드다. 결혼식 당일에도 실시간으로 현금 봉투를 기록하면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토스와 데어무드가 보여준 가능성
축의금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토스가 바른디자인(디얼디어)과 제휴하여 모바일 청첩장에 축의금 간편송금 기능을 연동한 것이다. 모바일 청첩장 하단의 "Toss로 축의금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10초 만에 축의금을 보낼 수 있다. 신랑·신부 계좌번호가 직접 노출되지 않아 부담도 줄었다.
데어무드도 카카오페이 링크 첨부 기능을 제공하면서 축의금 송금의 편의성을 높였다. 사용자 후기에서 "카카오페이를 많이 사용하는 또래 친구들에게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이 서비스들의 한계는 명확하다. 축의금을 "보내는" 편의성은 높였지만, "관리하는" 기능은 여전히 없다. 보내는 쪽은 편해졌는데, 받는 쪽은 여전히 엑셀을 열어야 한다. 프리아이브가 채우려는 빈자리가 정확히 여기다.
기능 설계의 기술적 판단
축의금 관리 기능의 기술 구현에서 고민한 지점들이 있다.
엑셀 파싱의 유연성. 사람들이 축의금을 정리하는 엑셀 형식은 제각각이다. 이름이 A열에 있을 수도 있고 B열에 있을 수도 있다. 금액에 콤마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만원" 단위로 적는 사람도 있다. 이런 다양한 형식을 최대한 유연하게 파싱할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행의 헤더를 자동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이 열이 이름이 맞는지" 확인하는 매핑 UI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데이터 보안. 축의금 정보는 민감한 개인 정보다. 누가 얼마를 보냈는지는 절대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 저장하고, 본인 인증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데이터 보관 기간도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게 하여, 정리가 끝나면 삭제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답례 관리 연동. 축의금 정리의 다음 단계는 답례품 발송이다. 축의금 목록에서 바로 답례 대상을 선택하고, 발송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까지 연결하면 "축의금 수합 → 정산 → 답례"라는 전체 플로우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완결된다.
고등학생 개발자 팀이 모바일 청첩장 서비스를 만들면서 "축의금의 일정 %를 수수료로 받는 모델"을 구상했다는 Velog 글을 봤다. 결국 세금 문제와 법적 이슈로 포기했지만, 이 아이디어 자체가 축의금 관리에 대한 시장 수요를 보여준다. 우리는 수수료 모델이 아니라 "관리 도구"로 접근한다. 축의금을 중개하지 않고,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 이 차이가 법적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왜 이 기능이 프리미엄이 될 수 있는가
앞선 글에서 프리아이브의 수익화 전략으로 "부가 기능"을 언급했다. 축의금 관리 기능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본적인 수기 입력과 합계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되, 엑셀 업로드·자동 파싱·답례 관리·상세 통계 같은 고급 기능을 프리미엄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이 모델이 작동하는 이유는 시점에 있다. 사용자가 무료로 청첩장을 만들고, 결혼식을 치르고, 축의금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 이미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다. "이 플랫폼에서 청첩장도 잘 만들었는데, 축의금 관리도 여기서 하자"라는 자연스러운 전환이 일어난다. 강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전환이다.
결혼식 1건당 축의금 관리 프리미엄의 가격이 3,000~5,000원이라면, 19,000원짜리 유료 청첩장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이미 청첩장은 무료로 만들었으니까.
기능 하나를 설계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이 기능이 없으면 사용자가 어떻게 하는가?" 축의금 관리의 경우, 답은 "엑셀을 연다"이다. 엑셀보다 나은 경험을 주지 못하면 이 기능은 의미가 없다. 반대로, 엑셀보다 확실히 편하면 사용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우리의 기준은 "엑셀 대비 시간 절약 50% 이상"이다. 다음 글에서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또 다른 빈자리인 "검토/승인 게이트" 기능의 설계 과정을 공유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