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 School·발행 2026.05.20·조회 23
Persevere의 함정, 좀비 프로젝트 진단법
살아있는 척하는 프로젝트가 인생에서 가장 비싼 대출금. 5년 60만 원을 잃은 메이커의 사례로 보는 좀비 진단법, Persevere와 좀비의 차이는 "방향"이 아니라 "가속도".
살아있는 척하는 프로젝트가 인생에서 가장 비싼 대출금이다.
5년간 매달 5만 원씩 새어나간 사람
지난 5년간 매달 5시간, 월 5만 원을 쏟아부었던 사람이 있어요. 기능은 더 이상 붙지 않고, 사용자도 10명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수익은 거래가 있을 때마다 상품 수수료로 날아갔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은 "언젠가는"이라고 중얼거렸어요. 포기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결국 60만 원의 비용은 몰래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눈을 부릅뜬 채로 사라졌어요. 그리고 진짜 아픈 부분은 이거예요. 이 프로젝트 때문에 두 번째 MVP를 시도할 시간과 돈이 사라졌다는 것. 죽은 프로젝트는 죽은 후에도 인생을 깎아먹습니다.
좀비 프로젝트는 이렇게 생겼다
좀비 프로젝트는 죽었는데도 살아있는 척하는 사업이에요.
시즌1을 읽고 첫 MVP를 만들었을 때, 한 가지 가정을 했을 거예요. "이 서비스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3개월 안에는 확실한 신호가 올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그 신호는 명확하지 않은 채로 흐릿해져요. 월 100명에서 110명. 유료 사용자 3명에서 5명. 이건 성장인가, 정체인가?
좀비 프로젝트의 5가지 특징
- 성장 곡선이 평탄. 첫 달 100명, 지금도 110~120명
- 매출이 없거나 극도로 미미. 월 수수료 3만 원
- 활성 사용자가 줄어들고 있음. 가입자 100명 중 활동 5명
- 배우는 것이 없음. 피드백도 없고, 방향도 안 보이고, 실패의 이유도 모름
- 개인적 동기가 남아있지 않음. "이것도 해야 하니까"라는 생각으로만 유지
이 다섯 가지가 모두 있다면, 그것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할부금이에요. 매달 일정액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 무언의 의무. 한국 스타트업 엔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좀비 벤처"라고 부릅니다. 정부 과제를 쫓으면서 명목상으로만 살아있는 기업이에요.
Persevere와 좀비의 경계, "방향"이 아니라 "가속도"
시즌1에서 Persevere의 조건을 배웠어요. 데이터가 긍정적이면 멈춰선 안 된다는 것. 그런데 "긍정적"의 정의가 애매해요. 월 10명씩 증가가 긍정적인가? 한두 달만 긍정적이고 다시 정체되는 게 긍정적인가?
여기서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가속도"입니다.
Persevere가 정당한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위 노력 대비 성과가 커져요. 첫 달에 100명 모으려 했던 일이 3개월 차에는 50명 노력으로 가능해집니다. 또는 첫 달 5명 유료 사용자가 3개월 차에 같은 노력으로 20명. 이것이 진짜 성장의 신호예요.
좀비 프로젝트는 정반대. 투입이 늘어나도 산출은 그대로. 한 달에 5시간 써서 10명 왔다면, 3개월 뒤에도 5시간 써도 10명. 더 악질이면 시간을 두 배로 쏟아부어야 이전 수준을 유지해요.
이걸 보면서 많은 메이커가 하는 생각: "더 써야겠다. 지금 중단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될 테니까." 이것이 매몰비용 효과(sunk cost fallacy)입니다. 사람은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피하는 데 2배 더 민감해요.
"조금만 더" 함정, 매몰비용의 진짜 이름
좀비 프로젝트의 가장 교활한 속삭임은 "조금만 더"예요.
- "이번 달이 다를 거야. 새로운 기능을 붙여봤으니까."
- "다음 주에 다시 해보자. 마케팅 전략이 달라진다."
- "올겨울까지만 더 버티자. 시즌이 오면 달라진다."
이 속삭임들은 거짓이 아니에요. 가능성 자체는 존재합니다. 세상엔 6개월째 반짝 터진 프로젝트도 있고, 3년간 유지되다 갑자기 viral이 된 서비스도 있어요. 문제는 여러분이 그 프로젝트인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서연 씨가 정확히 이 상황이에요. 6개월째 5명 유료 정체. 매달 2시간 투자. 2시간이면 "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6개월 × 월 2시간 = 12시간이에요. 다른 아이디어 4개는 노션에 박혀있고, 그중 하나는 1개월이면 검증이 가능했을 거예요.
좀비에서 벗어나는 액션, 3개월 데드라인과 외부 검증
좀비 프로젝트를 판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명확한 마일스톤"을 세우는 것이에요.
지금 당신의 프로젝트는 3개월 뒤 어떤 상태여야 하나요?
- 사용자가 100명에서 150명이 되어야 한다
- 또는 월 유료 사용자가 5명에서 10명이 되어야 한다
- 또는 분석을 통해 "이 문제는 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다면, 그것은 Persevere가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입니다.
가장 강력한 좀비 진단법: 외부 검증
3개월 뒤, 정해진 날짜에 다음 세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 이 프로젝트가 정말 가치 있는가?
-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6개월 뒤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만약 이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그 시간으로 뭘 했을 텐가?
이 질문에 대한 이들의 솔직한 대답이 당신의 합리화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어요. 그들은 매몰비용을 느끼지 않거든요.
좀비 진단 체크리스트
다음 항목 중 3개 이상에 체크가 되면, 진지하게 Kill을 고려할 시간입니다.
- 지난 3개월 동안 성장 곡선이 평탄했다 (±10% 이내)
- 매달 투입하는 시간에 비해 산출이 변하지 않았다
- 활성 사용자 비율이 20% 이하다 (가입자 대비)
- 유료 전환율이 0.5% 이하거나 매출이 투입비용보다 적다
- 피드백이 없거나, 있어도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
- "이것도 해야 하니까"라는 생각으로만 유지 중이다
- Kill했을 때의 아쉬움보다 계속했을 때의 피로감이 더 크다
-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싶지만, 이 프로젝트 때문에 못 하고 있다
한국 메이커 좀비 회고 3건
사례 1. 노션 정리 도구 (2년 운영 후 Kill)
"월 30만 원을 투자했어요. 호스팅, 배너, 광고. 근데 가입자는 50명을 넘지 못했어요. 2년 뒤 깨달았죠. 이건 사람들이 원하는 게 아니구나. 그 시간에 다른 것 만들었으면 지금 매달 수익 다섯 배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례 2. 팀 협업 SaaS (3년 정체 후 Pivot)
"처음엔 개발자 팀을 위한 도구였는데, 사용자가 안 늘었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이미 코드가 1만 줄이었거든요. 3년 뒤, 고객 인터뷰를 하다 깨달았어요. 개발자들이 원하는 건 우리 도구가 아니라 Slack 연동이었어요. 결국 완전히 다른 고객으로 Pivot했어요. Kill하지 않았지만, 3년의 매몰비용 때문에 Pivot이 늦어졌어요."
사례 3. 커뮤니티 플랫폼 (취미로 전환)
"광고비를 줄이고, 서버 비용을 최소화했어요. 지금은 월 10만 원만 써요. 사용자는 30명. 매출은 없어요. 근데 유지하는 이유는, 이 커뮤니티가 온라인상의 친구들이 모이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건 Persevere가 아니라 취미예요. 그걸 구분했을 때 마음이 편해졌어요."
마무리
좀비를 진단했다면, 이제 다음은 분명해요. 죽일 것은 죽이고, 그 시간으로 두 번째를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완전히 다르게 시작돼요. 첫 번째에서 배운 노하우, 실패의 패턴, 그리고 도구들이 무기가 되어 당신을 도와줍니다.
다음 편에서는 첫 번보다 빠른 두 번째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드릴게요.
이전 편: Pivot의 정확한 지점, 가설 교체의 기술
다음 편: 첫 번보다 빠른 두 번째, 누적 자산 활용법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박서연)에 대한 안내
박서연 씨는 페일스쿨이 만든 가상의 페르소나입니다. 단, 매몰비용 효과, 손실 회피 성향, 한국 좀비 벤처 현상은 모두 실제 연구·통계 기반입니다.
김민철, 프리아이브 CEO, 페일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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